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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강기둥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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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저마다 참 힘든 인생을 살아간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총 천연색의 알록달록한 사랑이라하더라도 한번쯤은 큰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아플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또 다시 사랑에 빠진다.

특히 <위대한 캣츠비> 속 네 남녀에게 사랑은 절대적인 대상이다.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청춘이기에 사랑 앞에 더 타오를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자신의 삶 전체를 물들인 사랑이라는 고통 앞에 더욱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다.

강기둥 배우가 맡은 ‘캣츠비’라는 인물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순수하고 맑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페르수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 또한 캣츠비의 착한 성품이 빚어낸 사랑의 소산이다.

강기둥 배우와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머릿속에서는 ‘측은지심’이라는 사자성어가 계속 맴돌았다. ‘누군가를 불쌍하고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뜻처럼, 캣츠비 뿐만 아니라 페르수, 선, 하운두까지 사랑 앞에 주저 없이 몸을 내던진 인물들을 안쓰러워하며 살갑게 보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대로 무대 위 캣츠비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원작 웹툰이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나

작품 속 역할들이 다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들의 마음을 따라가야 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더라고요. 인물들의 마음이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어요. 사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보다 웹툰을 보고 난 뒤에 더 이해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웹툰 장면 속 인물의 표정 같은 것들에서 읽혀지는 감정을 통해서 ‘이렇게 흘러갈 수 있겠구나’하고 서서히 설득됐던 것 같아요.

자신이 바라보는 캣츠비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

사회적인 기준에서 1차원적으로 본다면 돈도 없고 능력도 떨어지는 인물이에요. 그런데도 캣츠비가 매력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고,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에 있어요. 저도 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한편으로는 자신도 아프면서 그것들을 지키고 간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해요.

극 초반의 캣츠비를 보면서 <달나라 연속극> 속 은창의 찌질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은창이가 캣츠비와 비슷한 지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밑에 위치해 있다는 거예요. 그런 상황을 은창이는 조금 더 열등감과 분노로 표현하고 있다면, 캣츠비는 ‘지금 내가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더 착한 마음으로 표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캣츠비가 바보같기도 하지만 참 예쁜 사람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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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도둑맞은 책>을 비롯해 지금 <위대한 캣츠비[RE:BOOT]>까지 변정주 연출과의 인연이 깊다. 계속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는 변정주 연출만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변)정주 형은 굉장히 열려있는 연출이에요. 배우들보다도 더 대본을 많이 보고요.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자기도 잘 모르기 때문에 배우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읽어야만 배우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지게 되고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돼요. 항상 정주 형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소통도 잘 되고요.

<러브레터> 이후 오랜만의 뮤지컬이자 첫 성스루 뮤지컬이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엄~청 노력했죠(웃음).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음악감독님은 물론이거니와 <러브레터>를 같이 했던 유주혜 배우에게도 도움을 청했어요. 사실 <러브레터>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노래 때문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어요. 돌아다니면서도 계속 노래를 불렀죠. 남들이 봤을 땐 미친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몰라요. 그만큼 노래는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결말 부분 캣츠비의 선택에 대해서 공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자신이 캣츠비였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은가

저도 이게 맞고, 이때는 이럴 것 같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너무 아플 걸 알기 때문에 그만큼 캣츠비는 큰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제가 캣츠비였더라도 페르수에게는 뭐라고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정말 사랑했던 여자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파했던 여자니까요. 그리고 하운두도 6년 동안 날 속였지만, 친구로서의 관계까지 속인 건 아니었어요. 정말 때리고 싶을 만큼 밉겠지만 친구라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하운두를 계속 만나기는 어렵죠. 하운두를 볼 때마다 자꾸 페르수와의 관계가 생각날 것 같으니까. 자기가 옆에 있으면 캣츠비가 괴로워 할 걸 아니까 하운두도 떠나주는 것 같고요. 하운두가 떠났다고 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도 미래는 모르지만 캣츠비는 감내하고 앞으로 가보겠다는 선택을 하는 거죠.

연습할 때 중점에 두었던 부분은 어디인가

극이 아무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 흐름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연출님을 비롯해서 배우들, 창작팀 모두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더 공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지금도 계속 고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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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리만큼 사랑에 대해서 복잡하게 표현이 되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삶은 사랑만 보기는 힘들잖아요. 일을 비롯해서 생각해야할 것들이 참 많아요.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여기도 자본이 없는 사회는 아니지만 작품 속 연인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사랑이에요.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고,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캣츠비는 사랑 뿐 아니라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함께 안고 있는 인물이다. 캣츠비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는 언제였나

극 중에 면접을 보고 불합격하는 장면이 나와요. 캣츠비도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 사회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 모습을 통해서 캣츠비가 아예 사회와 동떨어진 바보는 아니라는 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졸업하고 난 다음이 생각이 가장 많았어요. 졸업한 형들에게 “졸업하면 어때?”라고 물어보면 형들이 예전보다 순해져 있더라고요. 물론 저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이 안 들지만, 졸업하고 나서 울타리가 없는 곳으로 나온 기분은 들었어요. 울타리라는 것이 나를 가로막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금자리가 될 때도 있거든요. 막상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어지니까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생각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습 할 때와 공연을 중반 정도 마친 지금을 비교했을 때, 캣츠비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것이 있나

연습하는 동안에는 다 같이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인물들에 대해 아픔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면서 사랑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무대 위에 올라왔을 때, 인물들의 사랑이 한 번에 설득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에 저희도 경험했으니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나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했던 고민에 대해서는 그것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은 해야 해요. 관객도 극의 구성요소 중 하나니까요. 공연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 수정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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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캣츠비에서는 사랑에 있어서 굉장히 솔직해요. 예를 들어서, 우리는 친구가 사귀고 있는 사람을 넘보면 안 된다는 일종의 사회적인 약속 같은 것을 하고 살아가는데, 만약 그 생각보다 내 사랑이 더 크면 어쩔 수 없이 친구의 연인을 뺏고 싶어지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작품 속 인물들도 내 이성을 뚫을 만큼 사랑이 너무 커서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지점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공연 포스터에는 ‘지독하게 아픈 순정’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말도 맞아요. 사실 이 작품이 말하는 사랑에 관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가장 신경 쓰거나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캣츠비를 하다보면 매 장면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 꼽아야 한다면 2막에서 페르수가 어렸을 때 “난 백조가 될 거야”라고 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페르수는 밑에서 백조가 되고 싶어 하고, 하운두는 위에서 “우리는 오리 밖에 안 되는데 백조가 될 수 있을까”하고 노래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안타깝더라고요. 페르수는 백조가 되고 싶지만 진짜 백조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점점 알게 되는 것 같고 하운두는 자기가 오리라는 걸 아니까 내가 백조가 되어야 저 여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의 마음이 엇갈리면서 더 꼬이고 꼬이게 돼요.

또 선이랑 헤어질 때도 슬프더라고요. 캣츠비가 선을 사랑하지 않았다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캣츠비는 페르수에 대한 마음을 무시하고 선을 택할 수는 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선을 떠나는 게 너무 슬프지만 잡을 수는 없는 그 순간이 연습할 때도 무대 위에서도 많이 안타까웠어요.

왜 캣츠비가 ‘위대한’ 캣츠비일까

어느 날 한 배우가 그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캣츠비가 무엇이 위대한 가에 대해서. 그래서 저도 그 고민을 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다 아프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아프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티 안내고 괜찮다고 말하기도 하고,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해 주기도 해요. 그런 모습이 여기서는 사랑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캣츠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도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보듬고 자기가 감내하는 선택을 해요. 그래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대하다고 얘기할 수 있고요. 어쩌면 위대한 캣츠비라는 얘기가 위대한 우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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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둥 배우는 속을 알 수 없는 역할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이미지 적으로도 선과 악이 혼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역할의 스펙트럼도 넓은 것 같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제가 속을 숨기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속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해요. 저는 연기는 인간을 탐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이나 본능 그리고 마음을 찾아갈수록 내면은 점점 깊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매력 때문에 조금 더 그런 역할을 만나보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인간적인 인물을 만나고 싶고, 앞으로 만날 역할 속 인간을 잘 쓰다듬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어요.

 2015년에는 강기둥이라는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한해였다. 30대가 되는 2016년 계획이 있다면

좋은 크리에이티브 팀 만나서 <올모스트메인>이랑 <안녕유에프오> 두 작품 재밌게 연습하고 있고, 내년에는 극단 작업을 해볼까 해요. 그래서 극단 사람들과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요. 매년마다 좋은 작품 만나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나서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요. 노력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후회는 없이 해야죠.

 

글. 이하나(bliss@stagekey.co.kr)
사진. 이현주(teo@stagekey.co.kr)

출처: 뮤지컬 소식 – 강기둥 배우